영화에 대하여/영화를 보고

자신에의 소홀함 - 잘 알지도 못하면서 (Like You Know It All) 2008 /홍상수

zeroseok 2016. 1. 2. 02:33

우리는 서로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엇을 안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알아야되는게 우선이 아닐까? 이번에 홍상수 영화 '잘알지도못하면서'는 기본적인 틀은 자신에 대한 소홀함이다.

자신에 대한 소홀함.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얼마나 소홀하고 있는가?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가? 남을 알기전에 자신부터 알아야되지 않나라고 홍상수 감독은 묻는다. 홍상수 영화는 늘 그렇듯이, 정확한 어떤 교훈이나 메세지를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이 감상을 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홍상수 만의 독특한 연출이고 그만의 방식이며, 그것이 그의 영화다. 

1."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나이는 어느덧 마흔을 앞두고 있는 구경남 감독. 구 감독은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가려고 한다. 구 감독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그는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못했고, 자신의 영화가 다른 사람이 많이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주변사람에게 베푸는 데에 서투르다.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아는 사람도 있고, 원래부터 구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구 감독은 정작 남을 잘 모른다. 구 감독은 자신을 잘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혹은 알려고 노력하는) 타인을 이해 하려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여기서 홍상수는 어떤 모순을 던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구 감독의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어떤 영화다.
그 것은 제주에 갔을 때 학생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그가 학생에게 말한 것은 어쩌면 홍상수 자신의 영화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영화 속 구 감독이 자신도 잘 모르는데 자신의 영화를 쓰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근데 홍상수 영화가 대부분이 그렇듯 그의 영화를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살짝 담고 있는 듯 하다. 
고현정의 대사에서 그리고 영화의 제목에서 그의 생각을 아주 조금을 읽을 수 있었다. 고현정은 구 감독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하지만 구 감독은 잘알지 못한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그래서 영화 속 구 감독도 잘 알지 못하지만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고(이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것과 다른 이야기이다.)홍상수는 구 감독이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순은 여기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쓸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관객은 홍상수 감독 그 자신이든 구 감독이든 영화를 보면서(남의 이야기를 보면서, 들으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을 이해하면서 또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것. 나는 이 꼬리를 물고 무는 어떤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 같다. 
2.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것
아는 것을 아는 만큼만 말하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알고 있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이다. 이것이 다르다는 것은 같은 말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파생되었지만, 각각의 말에 나아간다면 서로 같아 질 수가 없다. 마치 거울 같은 것이다. 우리가 거울을 바라볼 때, 자기 자신이 보이지만 내가 보는 거울에서 나의 모습은 나의 정 반대의 모습이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거울처럼 같은 양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 감독 자신은 모르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 감독은 이야기한다. 내가 내 자신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냐고. 

2015.1.2 수정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