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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가 디즈니월드에서 행복하기를 -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2017>

zeroseok 2021. 10. 21. 22:34

영화의 시작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시작됩니다.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월드 근처 매직캐슬이라 불리는 모텔에 무니라는 작은 꼬마 여자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무니에게 항상 어울리는 단짝이 있었는데, 그 친구 이름은 스쿠티. 그리고 같은 또래의 다른 친구와 함께 천진난만한 장난을 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로 관객들을 부릅니다. 그렇게 감독은 아이들의 장난치는 모습과 귀여운 대화들을 보게 만들지만, 점점 무니의 뒤로 불편한 것들이 관객들에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텔촌 근처에 낮게 깔려서 지나다니는 헬리콥터처럼 말이죠.

무니가 사는 매직캐슬은 홈리스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모텔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입니다. 무니의 엄마인 핼리도 무니와 함께 매직캐슬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호텔의 매니저인 바비가 있습니다. 바비는 철저하게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그들을 옹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낼 뿐이죠. 때로는 아이들의 짓궃은 장난을 받아주기도 하면서, 매직캐슬에 이익에 반하는 일이 있다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려하는 기사같은 존재입니다. 바비는 유독 핼리와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핼리의 성격 때문도 있지만,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려는 그를 흔들리게 하는 것이 핼리와 무니 때문이죠. 관객들은 무니의 이면에 가려진 모습들을 하나씩 보게 되면서 바비처럼 마음이 흔들립니다.

바비는 핼리와 무니, 그리고 매직캐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서서히 관객의 눈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들을 마냥 동정할 수도 없고, 도움을 주기에는 그도 힘이 약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울기 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무니는 이런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듯 합니다. 천진난만하게 친구들과 장난을 치면서 매직캐슬을 뛰어다니며 놀지만,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기 위해 동전을 구걸하거나 페퍼로니 피자를 먹어야한다는 현실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니는 애써 외면하려하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힘껏 뛰어다닐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듭니다. 무니는 울음을 터뜨리는 어른을 곧잘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놀이터에 와서 놀으라고 하는 것처럼 당찹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장면은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동화를 찾으러 갈 때, 그 선한 모습이 아련한 것도 무니의 순수함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바비도 이 글의 제목과 같은 말을 속으로 했을 것 같습니다. 무니가 디즈니월드에서 행복하기를. 영원히 동화가 깨지 않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관찰자의 시선으로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는,이 꾸며진 현실에 탄식할 수 밖에 없는 가슴 저린 영화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