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영화를 보고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던 영화 - <베스트오퍼(The Best Offer), 2013>

zeroseok 2021. 10. 27. 01:14

요즘 왓챠를 구독하지만 한달에 4편도 못보는 것 같다. 주말마다 영화를 봐야지 하지만... 주말의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간다.

베스트오퍼는 약 2주전에 본 영화지만 아직도 여운이 남는 영화다. 시네마천국으로 유명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았고, 그의 많은 영화에서 OST를 맡았던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다. 지금은 작고해서 그의 음악은 더이상 들을 수 없다.

처연해보이는 이미지

영화를 보면서 완급 조절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게 아니라 천천히 인물을 조망하면서 전개된다.

까탈스럽고 관객이 보기엔 호감스럽지 않아 보이는 인물의 인상이 담긴 인트로 씬이 그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관객은 그에게 호감이 가진 않지만, 그의 내밀한 비밀을 보게된다. 그 지점들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쌓이게 되고 호감에서 안쓰러움으로 감정이 변한다. 그 변하는 지점과 이 영화에서 반전이 맞닿아 있어서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게 아닐까.

 

이 영화의 명장면은 아무래도 로봇이 나오는 장면 아닐까. 인간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 불쾌한 골짜기에서 가장 불쾌한 감정이 들게하는데, 로봇이 뱉는 자기 대사는 더 혐오스럽게 다가온다. 인물의 뒷모습에서 시작한 인트로와 대조되는 아웃트로가 인상깊었다. 쓸쓸한 뒷모습보다 더 비참한 앞모습이 그의 비극을 더 극대화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마무리한 엔딩은 연극이 끝나고 불이 탁 하고 꺼져버리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