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오늘의 영화단상

폭럭의 사이클, 반짝반짝 빛나는 데뷔작, <구타유발자들>과 <쉘로우 그레이브>

zeroseok 2017. 9. 21. 00:30


오늘은 오랜만에 영화단상을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요즘에 스팀잇에 주로 글을 올리고 있는데,

스팀잇으로 복귀(?)를 하면서 역시 스팀잇이 하루의 낙이구나 싶네요. 

저의 생각을 적고, 공유하고, 소통하고 저 또한 스티미언 여러분들의 좋은 글들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을 처음 스팀잇을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해본 영화는 2편입니다. 한국영화인 <구타유발자들>과 대니보일의 <쉘로우 그레이브>입니다.



폭력의 사이클

<살인자의 기억법>이 개봉한다길래 어떤 감독이 연출했을까를 찾아보다가 원신연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 궁금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 감독의 초기작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나온 영화가 <구타유발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옛날에 영화를 소개하는 티비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소개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아주 한참 지났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음흉한 마음을 품고 있는 교수와 제자가 인적이 드문 시골의 계곡에 잠시 머무르게 되는데, 거기서 사는 동네의 양아치들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공간은 한정적이고, 시간도 딱 하루에서 낮에 동안만을 다뤘다. 영화는 꽤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2017년을 살고 있는 나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폭력의 사이클이다. 이 영화에서는 구타가 어떻게 유발이 되고, 어떤 식으로 퍼지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폭력은 사이클처럼 빙글빙글 돌며 점점 커진다. 2006년에 개봉한 이 영화의 불편함이 2017년에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2006년에 이미 널리 퍼진 폭력의 사이클이 돌고 돌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 아닐까. 약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폭력이라는 것은 더 사회에 깊숙히 익숙해졌으며, 더 커졌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불편하지 않게 느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이문식 배우가 가장 빛난다. 아쉬웠던 점은 여성 캐릭터의 활용과 역할이 아쉬웠다. 차예련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가 교수님의 음흉한 마음을 정말 모르고 따라가는 캐릭터라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데뷔작

왓챠플레이로 감상하게된 <쉘로우 그레이브>는 대니 보일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 영화도 10년도 더 된 작품인데, 이 영화의 다음 영화가 대니 보일을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인 <트레인스포팅>이다. 이완 맥그리거 배우는 트레인스포팅 이전에 이 영화에 출연했다.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면 아마 <슬럼독 밀리어네어>나 <127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중에 나는 이 영화가 가장 인상 깊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시발점으로 대니 보일의 영화들은 인간의 본능 혹은 본성에 대한 냉소를 보내면서 결국에는 인간 속에서 희망을 찾기 때문이다. 그가 직접 각본을 썼건,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던 내가 느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들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 영화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스릴러 장르로서도 훌륭한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세 명의 절친이 사는 아파트에 새 룸메이트를 들이게 된다.  다음날, 그는 시체로 발견되고 거액의 돈가방을 남기게 되는데.. 그들의 선택은 돈을 갖고 시체를 유기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우정이 조금씩 갈라지게 되는 줄거리다.

어쩌면 단순하고 뻔해보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스릴러 장르를 충실히 살리면서 이 영화의 긴장감을 서서히 높혀간다. 좋은 영화들은 빠르게 목표지점을 제시하고 목표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천천히 짚고 넘어가는데 이 영화도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영화적 긴장을 서서히 높히면서 결말에 다다른다. 결말도 찝찝하게 열린 결말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관객에게 제시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다. 대니 보일의 데뷔작도 빛나지만, 이완 맥그리거도 이 때부터 빛이 나는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