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영화를 보고

SNS 잘하는 아빠가 돼야 하는 이유 - <서치(Searching), 2017>

zeroseok 2018. 9. 14. 02:04

영화 <서치>는 현재 극장가에서 가장 핫한 외화 중 하나입니다. 기자 및 평론가 평도 괜찮고,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 더 흥행을 하지않을까 예상됩니다. <서치>처럼 컴퓨터화면에서만 전개되는 영화는 서치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전에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가 있었죠. 하지만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는 평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왜 같은 형식에서 다른 결과를 낳았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저의 대답은, 요즘에 자주 머릿속에 멤돌고 있는, '형식 속 이야기'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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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목요일 밤에 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 데이빗은 딸이 실종되었음을 알게 된다. 딸이 남기고간 노트북에서 아빠는 딸의 마지막을 추적하게 된다 . 동시에 시작된 경찰 조사는 생각만큼 진전이 없고, 아빠는 본격적으로 SNS를 뒤져가며 딸의 마지막을 추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이 남긴 노트북에서 새로운 단서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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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고보면 실종된 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찾는 주체는 아빠이고요. 여기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면 <테이큰>이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 비슷한 이야기에서 서치는 새로운 형식이 붙습니다. 바로 컴퓨터 화면에서만 영화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야기와 형식, 그러니까 서사와 그것을 다루는 틀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이 둘 사이를 적절하게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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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만 떼놓고 본다면,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형식과 결합하면 무언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이를테면 아빠가 엄마와 딸이 요리하는 동영상을 보는 장면도 일반적인 영화에서 연출한다면 침대나 책상 곁에 올려져 있던 사진을 올려다 보는 장면이 추가되었겠죠. 하지만 감독은 소재에서 줄 수 있는 형식을 적절히 사용하여 차근차근 논리와 개연성을 쌓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스펜스도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다만 극 중 클라이맥스에서는 이런 형식이 리스크가 있었을 것 같은데, 여기에 인터넷 뉴스라는 소재로 영리하게 둔갑시킵니다.
SNS를 이용하거나 했던 경험이 있는 세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을 것 같고, 이런 점이 관객을 매료시키고, 몰입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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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식의 영화는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번 히트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또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서 다른 소재로 좋은 이야기와 결합하여 영화가 탄생할순 있겠지만, 전적으로 SNS 환경에서의 장면이 유지되는 영화는 이 영화가 정점을 찍지 않았나 싶네요. 영화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의 실패 덕분인지 이야기와 형식을 잘 갖춘 영화여서 관객들에게,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는 더욱 신선한 체험이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