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오늘의 영화단상

레벤느망을 보고서 든 생각들

zeroseok 2022. 2. 25. 23:52

시사회에 당첨돼서 영화를 보고 왔다. 시사회로 영화로 보러 간 것은 실로 오랜만으로 느껴졌다. 티켓 배부처에서 티켓을 받았는데, 수입사에서 일했던 게 잠깐 스쳐갔다. 코로나 시국에도 사람은 많았고, 앞열 맨 끝쪽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역시 시사회가 당첨되어서 좋은 자리에 앉고 싶다면 30분전에는 가야한다.)

 

레벤느망은 봉준호 감독이 첫 심사위원장을 맡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다. 작년에는 노마드랜드 그리고 제작년에는 조커가 받았었다.

기대를 엄청 했던 것은 아니지만, 만장일치로 선택받은 영화라길래 궁금해졌다. 이 영화를 연출한 오드리 디완 감독은 프랑스 출신의 감독인데, 베니스 영화제 역사상 6번째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여성 감독이 되었다.

2021 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오드리 디완 감독

영화의 줄거리는 네이버 영화에 나온 것을 적자면,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는데…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유의하시길.

 

영화의 중심이 되는 '안' 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우리가 보통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에 기대어 감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게 할 수 있는 것이 감독읜 연출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감독은 아주 탁월한 방식으로 '안'이라는 인물을 조명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주인공의 바스트숏을 떠나지 않는다. 자칫하면 관객이 반복되는 쇼트에 루즈함을 느낄 수 있는데, 영리하게도 시간을 도입하여 촉박해지는 순간들을 내세운다.

 

흥미로웠던 것은 피임에 대한 의학적인 기술을 제외하고 지금 살아가는 시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우리 시대에는 여전한 성차별과 여성 억압 그리고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포해있다. 영화가 절정에 치달으면서 여성들은 연대하고 인내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글을 쓰고 싶어했던 '안'이 시험지를 받고 무언가를 유심히 쓰는 마지막 장면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고,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힘을 보여준다.

 

바스트 숏을 놓치지 않는 연출의 흐름에 따라 관객은 '안'의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절대로 느낄 수 없다. 결국 느낌과 고통의 크기를 가늠한 정도 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그녀를 가까이서 마주한 높이의 샷은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만 같은 현실감을 준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진 않았지만, 신체적 고통에서 오는 통증과 정신적인 압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클로즈업이 없이도, 현란한 편집이 없었어도 그녀가 보냈던 한 학기의 해프닝(레벤느망의 영어제목)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