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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거짓말쟁이의 이야기 - <위선적 영웅(A Self-Made Hero), 1996>

zeroseok 2018. 12. 15. 10:30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해봤다는 것이 진짜 거짓말이겠죠. 여기 후천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된 한 청년이 있습니다. 왜 후천적 거짓말쟁이냐고요? 스스로 거짓말쟁이가 되기로 결심했으니까요. 그것도 아주 위대한 영웅이 되기 위한 거대한 거짓말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전쟁 말기, 어머니와 홀로 시골에서 살고 있는 알베르는 방에 혼자 틀어박혀서 영웅이 되는 꿈을 꾸는 소심한 성격의 소년이다. 어느날, 자신의 집이 방공호가 되면서 이베르를 만나게 되고, 훗날 결혼을 하게 된다. 이베르의 장인에게 일자리를 소개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지만 갑작스러운 소외감에 이베르를 떠나게 된다. 호텔 근처에서 손님들에게 구걸하며 살아가다가 한 장교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자크 오디아드 감독은 프랑스 파리 출신으로 해외의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은 감독입니다. <디판>으로 황금종려상을 그리고 <예언자>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에서 저는 <예언자>라는 영화를 굉장히 인상깊게 봤습니다. 이 영화는 1996년 작품이기도 하고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 않네요.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 영화를, 자크 오디아드 감독을 더 눈여겨서 못봤을 것 같아요. 이 감독이 <예언자>를 찍었던 감독이구나 하면서 연결이 되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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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양한 장르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연출하는 것 같아요. <예언자>는 범죄 장르에 가깝고, <내 심장을 건너뛴 박동>은 드라마 그리고 <러스트 앤 본>은 멜로/로맨스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코미디 입니다. 전형적인 코미디는 아니라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영화죠. 최근에는 <시스터즈 브라더스>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영화는 서부 장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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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알베르를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지냈던 인물들의 말들로 알베르라는 인물의 진위를 의심하게 하고, 알베르를 관찰자 시점으로 한 과거를 보면서 '진짜'를 보게 됩니다. 영화가 재밌어지는 지점은 알베르가 본격적으로 거짓말을 시작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이야기의 초중반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는 알베르의 행적들이 마치 사실인냥 쫓으며, '저게 말이 되는거야?', '이게 진짜인가?' 하는 생각들을 들게합니다.
알베르가 거짓말을 몸에 익혀가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기도, 황당하기도 하다면 영화의 목적을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의 제목을 생각해보면 잘지은 느낌입니다. '위선적' 과 '영웅'은 어울리지 않는데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왜 억지로 붙였는지 이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다 본 관객의 입장에서는 'A Self-Made Hero'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알베르의 이야기가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냐고요? 볼 기회가 있으면 후천적 거짓말쟁이의 '진짜' 이야기를 재밌게 감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P.S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보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넷플릭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