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영화를 보고

달빛 아래 부여되는 아이러니라는 마법 - <매직 인 더 문라이트(Magic in the Moonlight), 2014>

zeroseok 2021. 10. 13. 04:18

우디 앨런 감독 작품 중에서 최고의 작품 하나를 딱 하나 꼽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매년마다 장편 영화를 하나씩 내는 감독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죠.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중에 최고 작품이라고 꼽기에는 어렵겠지만, 우디 앨런 감독이 항상 아이러니를 작업했던 영화들에 연장선에는 놓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느 우디 앨런 감독은 아이러니를 가장 재치 있고, 잘 다루는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해외에서도 그렇고 국내에서도 꽤나 혹평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같이 혹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호평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1928년 베를린, 유럽에서 화려한 마술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웨이링수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이성적인 마술사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그는 동료 마술사로부터 신선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심령술사인 소피(엠마 스톤)를 만나서 진위를 판단해달라는 것. 고집이 센 스탠리(콜린 퍼스)는 만날 것을 수락하고 소피를 만나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피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가족 이력까지 다 밝혀내게 된다. 혼란스러운 스탠리는 그녀의 묘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

영화는 웨이링수가 소피의 진위를 판단하려고 하는 것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입니다. 고전적인 네러티브라고 볼 수 있는데, 웨이링수 그러니까 스탠리의 감정과 행동을 따라가면서 영화가 전개됩니다. 그런데 스탠리는 완전히 이성적인 사람인데다가 비과학적인 것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콜린 퍼스 배우 자체가 풍기는 고집스러운 느낌이 캐릭터의 맛을 더 살려주는듯 합니다.) 그런데 소피는 스탠리가 봤을 때 비이성적인 캐릭터입니다.
어떤 미신이나 비과학적인 것을 믿지 않는 스탠리는 당황케 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둘은 전혀 교감을 나눌 수 없는 사이인듯하지만 스탠리가 소피에게 묘하게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로맨스로 흘러가게 됩니다. (우디 앨런 영화가 재밌어지는 지점도 저는 이런 지점을 꼽고 싶네요.)

아이러니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인물에게 투여되는 방식을 보면 단연 우디 앨런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혹평을 받은 것은 로맨스로 빠져나가는 지점에서 충분히 설득이 안되어서 납득이 안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기에는 콜린 퍼스와 엠마 스톤의 캐미를 지적할 수도 있고,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급하게 전개되는 로맨스가 와닿지 않는 점이 지적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완벽한 결혼을 할 수 있었던 스탠리가 불안한 상황으로 스스로 이끌어내는 아이러니와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이성적인 인물이 비이성적인, 비과학적인 인물에게 끌리는 아이러니를 대입해서 영화를 보면 영화를 제시하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면에서 보면 둘의 로맨스가 이어질 때, 이것 저것 재면서 꼼꼼히 이성적으로 따질 것 같은 인물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쉽사리 따르게 되고, 비이성적인 인물이 결혼 앞에서 꼼꼼히 이것저것 재는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가 자아내는 재미로 인해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음악도 곳곳에서 흐르는데, 1928년의 분위기가 제법 일치하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는 쉽사리 인물을 가까이 땡겨서 억지로 보게하진 않으면서, 멀리서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상의 명확한 형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그런 미소를 짓게하는 것 자체가 영화의 마법인 것 같네요.
이렇게 쓰고 나니 다른 우디 앨런의 영화가 더 보고싶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