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영화를 보고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본 영화들

zeroseok 2018. 8. 18. 14:00

이번 포스팅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본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저번 포스팅을 하면서 영화제 종료 후에 네이버 V <앱 스크린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기에 최대한 스포가 되지 않게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
제가 본 영화는 총 7편입니다. 원래는 9편이어야 하지만 살짝 늦은 관계로 하나는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총 7편을 간략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순서는 제 기억력의 한계로 제가 본 순서이며, 시놉시스도 소개해드릴게요. 시놉시스만 읽어도 굉장히 재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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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요절한 아들의 시집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으로 한글을 공부하던 정숙은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필사하던 날, 서울에 있는 아들의 대학교를 찾는다.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들의 흔적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정숙은 그 언덕을 찾고 싶다.

영화 <시>를 떠올리게 했던 이 영화는 잔잔한 물결같은 영화입니다. 감독은 시에 주목하고, 관객과 함께 이 시에 대해서, 더 나아가 시가 주는 감동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느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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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그녀의 족발이 그립다>

예비군 훈련을 마친 준홍은 군대 휴가 때 먹었던 전 여자친구네 족발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 결국 5년만에 찾아간 ‘미란이네’ 족발집에서 준홍은 불편한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딱 하나 남은 족발마저 그 존재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어떻게 보면 남자가 찌질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남자는 미란이를 찾으러 간 것이 아닙니다. 정말 '족발'이 먹고 싶어서였어요. 족발의 맛은 여전한데 왜 사람들과의 관계는 바뀐 것일까요. 그녀의 족발은 여전한데 왜 그녀는 변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종종 폭소가 터졌어요. 가볍지만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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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자신의 생일이자 먼저 결혼하는 여동생의 예식날인 5월의 어느 날, 민정은 의도치 않게 혼자만의 하루를 보낸다.

제 마음이 힘들었으면 이 영화가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이런 날이 있지, 이런 날도 있을 수 있지... 맞아 나도 그랬던 것 같아.' 하면서 아주 많이 공감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영화도 편안하고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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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도둑 미숙씨>

가까운 미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미숙. 그녀에게 우연한 계기로 여성성의 욕망 중 하나인 미에 대한 욕망이 생기게 되고, 그 욕망의 해소법이 잘못되어 속옷을 훔치게 되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영화의 배경은 디스토피아적입니다. 그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 조명이 돋보입니다. 영화는 잘못된 욕망에 사로잡힌 여성을 다루면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지 못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저라면 다른 결말을 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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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놀이>

유치원에 새로 온 선생 시은은 6살 설아와 동갑내기인 남아가 설아를 추행한다고 믿고, 일종의 나쁜 교육을 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 영화가 저를 미쟝센 단편영화제로 오게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려고 갔는데 기대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왜 시은은 나쁜 교육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정말 '나쁜 교육'이 나쁜 것인지. 감독은 성폭행 혹은 성추행 피해자가 되는 여성의 극단적인 선택을 묵묵하게 바라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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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솧>

이수진은 룸메이트인 이미경의 죽음을 목격하고 형사에게 진술한다.

영화의 전체라고 할 수 있는 달리샷이 인상 깊었습니다. 솧은 우리말로 거푸집과 심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솧 의미처럼 심연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규정하고 있는 것들이 많죠. 그 규정에 따라 판단하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그 부분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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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소라와 윤미가 쥐불놀이를 한다.

마지막 장면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살짝 헷갈리기도 했고요. 왜냐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만한 납득할만한 설득이 충분히 되지 않았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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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

TV에서 나오는 빛이 방에선 유일한 빛인 어두컴컴한 방. 여자는 물을 마시고 배설하고 광고 소리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도 한다. 외출을 위해 화장을 시작한 여자는 거울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한다. 여성의 신체는 각각 욕망을 가지고 동물과 혼종(混種)된 모습으로 서로를 먹고 먹힌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포식자는 여자를 끝까지 쫓는 ‘시선’ 이었다. 그 시선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그 여자 자신의 것이었다.

타인에 의해 지배되는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인데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져 기괴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실제로 타인이 만들어낸 욕망에 지배되는 인간이 그런 기괴한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영화제가 종료된 후에 미처 못보신 분들이 감상하실 때 미약하지만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