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오늘의 영화단상

소설가가 만든 영화는 어땠을까 - <소설가의 영화(The Novelist’s Film), 2022>

zeroseok 2022. 10. 24. 00:12

오랜만에 홍상수 영화를 봤다. 매년 한 편씩 꾸준히 찍어주는 홍상수 감독인데, 올해는 2편이나 개봉한다. <소설가의 영화>는 4월에 개봉했고, 11월에는 <탑>이 개봉한다고 한다. 홍상수 감독은 이제 절정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 것을 그대로 이야기한다. 언제나 그랬듯 가감은 없지만, 더 날 것의 것들을 보여준다.

소설가가 마주치게 되는 우연들을 따라서 그의 인연들을 만난다. 그 안에는 갈등, 서운함, 서먹함, 어색함이 존재하고 반가과 기쁨, 새로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이 작가는 영화를 찍는다. 내가 본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해. 누구보다 절실하고 열정적으로 영화를 만든다. 그녀가 만든, 소설가가 바라본 세상과 그 영화는 어떘을까.

영화의 후반부에 소설가의 영화가 나오면서 그녀가 바라본 길남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온다. 인물의 행동을 조응하며 온전히 응시하는 것은 그녀가 겪은 길남과 함께했던 하루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히 뱉은 말이 영화가 되었다. 아무 일도, 아무 날도 아니였던 것이 살아 움직이게 되었다. 아주 딱 맞는 사람에게는 너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아깝지"가 않다. 이렇게 삶을 바라보고 우연이 함께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데 아쉽지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이 애틋하고 따뜻하다. 현실이던 영화이던 상관이 없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운명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를 통해 홍상수가 진정으로 말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