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오늘의 영화단상

한 번의 인생, 어쩌면 한 잔의 술 -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 2022> 리뷰

zeroseok 2022. 10. 18. 00:35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어나더 라운드> 영화를 봤다. 사실 올해 초에 추천받았던 영화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봤다. <어나더 라운드>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영화고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영화다.사실 이것 외에 영화 뒷면에는 서글픈 사연도 있다.

우리는 주로 술을 먹지만, 덴마크에서는 맥주를 주로 먹나보다. 첫 장면부터 호수 대결(?) 같은 장면이 이어지는데 꼭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신입생들의 개강파티와 비슷하다. 술을 처음 먹었을 때를 기억하는가? 나는 굉장히 써서 '어른들은 이걸 도대체 왜 먹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첫 술(?)을 마신 뒤에 여러 사람들과 뒤엉켜서 술자리를 많이 가졌었는데, 때로는 술이 참 달게 느껴졌고, 어쩔때는 처음 마셨던 그때처럼 쓰기도 했다.

마셔라! 인생은 쓰고 달다!

우리 인생은 어떤가? 지금껏 짧은 인생에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때로는 아픔에 울기도 하고 세상을 미워하기도 했었다. 어떤 날에는 기뻐서 벅찬 마음에 기대하며 잠들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는 혈중 농도가 0.05%가 부족한게 아니라, 취해가며 술로 기쁨을 증폭시키고 슬픔을 분해하지 않았을까. 한잔의 술에 인생이 담겨있다는 말이 이 영화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지막 엔딩씬이 인상깊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 그를 기억하며, 그가 살아있었다면 했었을 행동을 하며 그러던 와중에 서로를 축하하며 중년의 선생님들을 지나치는 학생들. 그리고 한데 어우러지는 한바탕의 춤이,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 모두 한데 섞여있는 술이 '난장판'을 만드는 것. 그 모든 것들을 한 데 담아낸 것 같아서 왠지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어나더 라운드>에 담긴 슬픈 사연은 맨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있기 전에 '이다를 위하여'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이는 감독의 딸이 촬영 후 4일째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딸은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되어있었고, 아빠이자 감독에게 많은 아이디어도 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계속 촬영해야하는 아빠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른 영화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필 이런주제라니 삶은 이렇게 아이러니하다.

영화에서 아무래도 매즈 미켈슨 배우의 명연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더 헌트>에 이어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과 두번째 작품인데, 이 영화에서는 중년의 깊은 고민과 고뇌 그리고 무용수로 활동했던 실력을 발휘하여 마지막의 멋진 댄스실력까지. 이 훌륭한 배우 덕분에 멋진 영화가 탄생했다.

*다 쓰고 나니 술 한 잔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