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영화로 쓰는 일기

레오 까락스가 나에게 준 인상들

zeroseok 2021. 10. 28. 01:19

레오 까락스 감독은 신비롭다.

그를 실제로 가까이에서 본 적도 있고, 허문영 평론가와 함께한 대담을 들은 적도 있다.

실제로도 신비롭지만 그의 영화는 때론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의 불꽃축제 씬과 홀리모터스의 인트로 씬은 그의 영화에 대해 강한 인상을 내게 남겼다.

그리고 홀리모터스 이후 또 10년만에 영화를 만들었다. 아네트. 오늘 개봉한 작품이고 이건 꼭 영화관에서 볼 것이다.

레오까락스를 처음 알게된 것은 군대를 막 전역하고 대학교 2학년 1학기때다.

내 생에 첫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대학교 통학을 다녔다. 어느날 감독을 준비하는 형에게 자신이 급한 일이 생겨서 못한 시사회를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있었고 나는 학교 후배와 오토바이를 타고 그 시사회를 갔다.

그 시사회에서 본 영화가 바로 홀리모터스다.

레오 까락스라는 감독은 처음 듣는터라 티켓을 준 형에게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약 10여년만에 나온 신작이라고 하면서 감독과 영화에 대해서 설명해줬는데 굉장히 아쉬워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두번째로 레오까락스가 나에게 준 인상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다.

대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했었는데, 거기서 실제로 레오까락스를 만났다. 그것도 그냥 지나다니는 골목길에서.

이미 그때 나는 레오까락스 영화를 좋아하고 있었고, 연예인을 본 것 마냥 흥분에 휩싸였다.

먼저 그를 알아본 팬이 싸인을 요청했으나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담배를 피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그를 모르는 사람처럼. 그 옆에서 나도 담배를 한 대 태웠는데,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담배를 손에서 놓지않는 그의 옆에서 같이 피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네트의 파이널 예고편이 공개됐다. 아마존 배급으로 제작되었는데, 그는 스트리밍이 싫어서 북미에서 최대규모로 개봉할 수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홀리모터스의 인트로 씬처럼 관객이 잠들어도 영화가 있어야할 곳은 바로 거기, 극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첫번째 뮤지컬 영화이자 영어영화다. 예고편을 보고나서는 조금 음침하지만 뮤지컬 장르여서 그런지 경쾌함도 느껴진다. 앞선 다짐대로 꼭 영화관에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