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여행기

다시는 갈 수 없을 것 같은 뉴볼드(Newbold College)

zeroseok 2021. 10. 8. 22:02

어제 런던 근교의 학교에서 지냈던 한달간의 기억을 살려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로 글을 쓰려했는데, 오늘 이렇게 두번째 도전을 해본다. 영국으로 떠나게 된 이유는 대학교 시절, 학교에서는 약 한 달간 런던의 근교에서 머무르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단기어학연수를 모집했었다. 직전학기 성적을 가장 중요하게 봤었고, 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지원했다. 그런데 학생처에서 인턴을 하는 친구에게 나는 합격하기 어려운 점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을 잠시 했었는데, 정작 합격 발표날이 되니 합격되었다는 문자가 떡하니 와있었다. 그것이 살면서 다시는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작별인사하고 온 런던 근교의 뉴볼드 컬리지(Newbold College) 방문기의 시작이었다.

영국을 가는 것만으로도 아니 런던을 가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는데, 단기어학연수는 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떠나게 되기 때문에 기분이 들떠서 그 때의 학기 기말고사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같이 합격한 친구들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후 학교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고 뉴볼드 대학교로 갔다. 영국이 해외 여행지로는 두번째 나라였으니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창밖을 볼 때 모든게 신기했던 그 설렘은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뉴볼드 컬리지는 런던보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고, 약 한시간이 걸려서 도착하게 되었다. 대학교는 생각보다 작았고 인상 깊었던 것은 건물들이었다. 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오는 정취가 있었다. 런던의 날씨는 짓궃기로 유명한데 다행히 내가 도착한 날에는 완벽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첫 날의 느낌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고요한 풍경, 들이마시기 좋았던 공기, 따사로운 햇빛 그리고 머리 위로는 히드로 공항을 향해 낮게 날아가는 비행기도 볼 수 있었다.

도착한 첫 날에 총장이 직접 인솔하여 건물들을 돌아다니면서 각 건물들의 쓰임새와 역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인데 게다가 더 듣기 어려운 영국 억양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1800년대는 들을 수 있어서 나 혼자서 이렇게나 오래된 건물이었구나하고 속으로 감탄하기도 했었다.
우리가 도착하고 몇 일 뒤에 세계 각국에서 학생들이 와서 영어 수업도 듣고 함께 많은 활동을 하며 보냈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어쩌다보니 제일 나이가 많았는데, 이 친구들은 존대의 개념이 없으니 가릴 것 없이 친하게 지내며 놀았다.

평소에는 그러지도 않으면서 나는 여기서 3주 동안은 알차게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아침이면 같이 방을 썼던 룸메이트와 함께 조깅을 하고 친구들을 깨워서 밥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오후 활동 시간에는 다른 나라 친구들과 어울려서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렇게 밤이 되면 근처 마트에 들러서 맥주를 사와 히드로 공항을 지나다니는 비행기를 보며 취한채 숙소에 가서 잠이 들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나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학교 주변을 벗어나 멀리 걸어가 사진을 찍으러 나섰던 적도 있었다.

마지막 날도 아니었는데, 룸메이트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여기를 다시 올 수 있을까? 여기서 좋은 기억들은 평생 가져가겠지만 그리고 런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굳이 이 곳을 다시 오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정말 영영 떠나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뉴볼드 컬리지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생이별을 하겠구나 직감한 당사자의 슬픔을 달래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이별을 한지 어언 3년이 넘었지만, 가끔 해외에 가서 쉬고싶다는 생각을 할 때 바다 생각도 나지만 여기서 지냈던 시간들도 생각이 난다.
아직도 내가 살면서 다시는 갈 수 없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시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 특별한 기분도 들고 기억들이 애틋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