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여행기

카오산로드는 다시 밤을 기다린다

zeroseok 2018. 12. 16. 12:00
백팩커스들의 성지라고하는 카오산로드. 나도 올해 여름에 다녀올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 더운 나라를 가는 것이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모든 여행객들이 모인 카오산로드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리고 방콕이라는 도시는 어떤 느낌과 기분을 나에게 가져다줄까. 언제나 여행을 설레이듯, 다시 부푼 마음을 안고 방콕으로 향했다.

방콕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공항 근처에서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공항 근처에서 하루밤을 지냈다. 벌써 밤이 깊었다는 아쉬움에 맥주를 사러가다가 이름도 모를 벌레가 팔을 쏘았는데, 그제서야 정말 타지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두려움, 설레임이 공존하는 그 순간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다음날 방콕 시내를 향하면서 멀리서 도심을 보면서, 많이 발전했다, 생각보다 다르네 하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방콕 시내에 도착했다. 호텔은 만족스러웠고 본격적으로 방콕 도심을 샅샅히 뒤져보기로 했다. 처음에 간 곳은 왓포 사원. 큰 사원에 누워있는 부처 보고, 불상들도 보고 사진도 찍고 열심히 관광객이 되어 돌아다녔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같이 간 일행은 카오산로드는 밤에 꼭 가야한다며 해가 질 때쯤에 카오산로드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카오산로드의 메인 로드를 향해서 걸어갔다. 불과 몇블록 떨어진 곳에서 들썩들썩 빠른 비트의 음악들이 들리고, 여기가 바로 카오산로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초입에서 맥주를 사고, 저절로 들썩이게 되는 몸 때문인지, 카오산로드의 밤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맥주를 벌컥 마시면서 갔다.

맥주집 앞에는 큰 스피커로 DJ 취향에 맞는 음악들이 흘러나왔고, 몇걸음만 더 걸어가면 다른 맥주집의 음악들이 귀에 바로 꽂혔다. 마치 누가 가장 크게 음악을 트는가 자랑하듯 길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왁자지껄하고 때로는 통행도 막혔으며, 귀는 음악을 받아들이기 바빴다.
취기가 점점 오르면서 사람들이 점점 맥주집들 중심으로 모이고 다같이 원으로 모여서 춤을 추고 놀기 시작했다. 아 여기가 카오산로드라는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국적을 벗어던지고 흥에 몸을 맡겨서 신나게 놀았다.

새벽이 되니 경찰이 단속을 오게 되고 맥주집들의 DJ들과 스피커들은 철수 되고 몇몇들은 작게나마 음악이 틀어진 곳에서 마지막 흥을 달랬다. 그 중심에서 아주 몇걸음 떨어졌지만 이내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범한 도심의 밤이 느껴졌다. 숙소에 와서 씻고 누워도 귀는 여전히 웅웅거리고 마치 내일도 찾아오라는 소리로 느껴졌다. 카오산로드는 다시 밤을 기다린다. 늦은 밤에 누워서 잠들었지만, 나도 다시 밤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