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영화를 보고

봉준호 단편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보고

zeroseok 2017. 4. 16. 05:51

봉준호 감독의 인플루엔자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디지털 옴니버스 프로젝트 3인 3색의 프로젝트 영화 중 하나입니다. 3인 3색 프로젝트는 한중일 감독들이 모여 단편 영화를 찍은 것입니다. 영화 인플루엔자는 2004년에 만들어 졌으며, 봉준호 감독의 ‘인플루엔자’와 함께 유릭와이(중국)의 ‘마지막춤은 나와함께’, 이시이 소고(일본)의 ‘경심’ 등 3편의 작품을 묶은 작품이 3인 3색 프로젝트였습니다. 

2004년 디지털 삼인삼색이 싱가포르 국제 영화제 (Singapore International Film Festival)와 홍콩 독립 단편 영화제 (IFVA: Hong Kong Independent Short Film & Video Awards)에 공식 초청됐었습니다.

이 영화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직접 감상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네이버TV에서도 감상할 수 있네요. 봉준호 감독에 관련된 영화로 들어오셨다면, 그리고 이 영화를 아직 안보셨다면 보고 아래의 글을 읽는게 좋을 것 같네요.

봉준호 - 인플루엔자(Influenza) http://tv.naver.com/v/1552030


 

 

폭력과 자본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조혁래는 궁지에 몰리게 되고, 결국 ATM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는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그는 접착제를 팔려다가 실패하게 되어 궁지에 몰리게 된다. 쓰레기까지 뒤져가며 삶을 연명해가지만, 그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고, 결국 '폭력'이라는 수단으로 '자본'이라는 목적을 쟁취한다. 영화는 폭력의 발전과정을 그렸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폭력은 점점 커져만 간다. 공교롭게도 2004년 영화지만, 영화의 시간에서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된다. 이 때 중국에서 사스가 퍼져서 공포에 떨던 때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제목을 '인간 조혁래'에서 '인플루엔자'로 바꿨다고 하는데, 전염이라는데에서 착안을 받아서 제목을 변경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사스는 노인들에게서 치사율이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조혁래가 가한 폭력의 대상은 노인들이 주로 대상이다.)

그가 본격적인 단체 생활(?)을 하면서 폭력은 좀 더 정교해지고 증폭되면서, 자본(돈)을 쉽게 쟁취하게 되는데, 이 때 다음 시퀸스인 부산은행에서 당첨이 되는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이제 방망이가 아닌 칼을 지니게 되고, 더 큰 자본을 쉽게 얻게 된다. 폭력이 강해질수록 더 큰 자본을 쉽게 얻는다. 폭력은 이제 칼의 크기만큼 커져서 강한 바이러스가 된다. 이 바이러스는 주변에게 폭력을 퍼뜨린다.

 

 

폭력의 바이러스 '인간 조혁래'

어쩌면 인간 조혁래는 사회가 낳은 폭력의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 무관심 속에 폭력의 바이러스로 변질되었다. 열심히 일했던 그가 폭력이라는 바이러스가 되어 사회의 악이 된 것이다. 그가 나락으로 추락하기까지 사회는 냉랭했다. 양화대교에서 그는 분명 죽으려고 결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구하지 못했다. 스스로 구원하려고 했지만, 사회는 외면했다. 봉준호는 그것을 CCTV라는 영상으로 그리고 미쟝센으로 표현했다. 양화대교에서 한강물의 깊이를 가늠하던 그를 무심하게 지나가는 차들, 화장실에서 무관심한 사람들,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지만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제일 감탄하게 된 장면은 바로 무심하게 지나가던 행인이 칼을 떨어뜨리는 장면이다. 결국 폭력의 바이러스는 사회가 자초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카메라를 동원하여 찍은 것이 아니라 CCTV라는 매개체(사실성)로 보여줬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탄성을 자아낼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 조혁래는 폭력의 바이러스가 되고, 증식되며, 주변으로 전파 된다. 폭력의 바이러스는 결코 괴멸하지 않고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