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

좋은 영화 시나리오 쓰는 방법(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란 무엇인가)

zeroseok 2016. 9. 22. 00:41

이번에는 제가 쓴 글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가이드란 책을 요약한 것을 포스팅합니다.

데이비드 하워드(David Howard)가 실질적인 저자이며

원안자는 에드워드 마블리(Edward Mabley)라고 합니다.

연극, 오페라, 텔레비전, 드라마 다방면에서 활약했던 미국 작가라고 하네요.

원안을 삼아서 1993년에 시나리오 가이드를 집필되기 한참 전인,

1984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의 제목인 그 해군요.

시나리오를 처음 쓰려고 시작하려는 분들께,

혹은 시나리오를 쓰시다가 막막할 때 이 글을 잠깐이라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저희 동아리에서 작업을 했던 시나리오를 예시를 든 것도 있으나

괄호가 쳐있으니 굳이 안읽으셔도 되겠습니다.

오늘은 짧은 포스팅 여기서 마칩니다.





시나리오 작법
1. 주인공 그가 하고자 하는 일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대체로 사건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건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반드시 주인공만은 아니다. 스토리 구조 안에서 주인공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즉 반드시 주인공이 사건을 이끌어 가지 않아도 된다.)
주인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아주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이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이다.
구조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들을 보면 대체로 이미 그 도입부에서부터 관객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무엇인가를 원한다. 그것은 권력일 수도 있고 복수일 수도 있고, 여인의 사랑을 구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단순히 빵 한조각일 수도 있고 마음의 평화일 수도 있고 자신을 추적하는 자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어떤 종류의 강렬한 열망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찍은 영화를 피드백해보면 ‘몬스터’에서는 주인공이 살인 사건을 묻기 위해 계속해서 일을 저지른다. 목표는 살인사건을 묻기 위함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괴물이 된다. ‘어나니머스’ 에서는 어나니머스의 일원이 되고 싶어한다. ‘아현’과 최근에 찍은 것은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드러나지 않음)
주인공의 열망 혹은 요구 혹은 추구는 스토리가 전개되어 나가면서 점점 더 집약되고 강해진다. 열망이 처음부터 강렬할 필요는 없지만, 스토리가 전개되어 나가면서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화의 주인공들이 반드시 공감을 자아내고 호감을 주고 찬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지못한 일면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저런 사람이 과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잇을까를 주시하면서 긴장하게 된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객의 흥미는 바로 주인공 자신이 그 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열망에 비례한다.
주인공의 열망이 강할수록 관객의 흥미도 강해지는 것이다.

1-1.영화가 통일성을 가지려면 목표가 하나뿐이어야 한다. 시나리오는 하나의 다리이다. 다리의 한쪽 끝은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걸쳐져 있고, 다른 한쪽 끝은 그가 그것을 성취했는가 성취하지 못했는가 하는 결말에 걸쳐져 있는 것이다.
1-2.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장애물을 불러들여야 한다. 갈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그 장애물이 다른 등장인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든, 자연으로부터 연유한 것이든 스토리가 펼쳐지는 주변상황들로부터 연유한 것이든 주인공의 내면으로부터 연유한 것이든 상관없다. 어째 됐건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가 강한 장애물에 부딛히게 되는 것이 아무 장애물도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스토리가 되는 법이다.
1-3.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종류의 일인가에 따라 관객은 주인공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그것이 영웅적인 일이라면 주인공을 흠모하게 될 것이다. 돈키호테 같은 일이라면 즐거워할 것이고, 혐오스러운 일이라면 증오나 경멸을 품게 될 것이다.

2. 갈등
연극에서이건 영화에서이건 드라마를 다루는 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갈등이다. 갈등이 없다면 작가는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스토리란 하나의 경쟁을 그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성취하려 한다. 그런데 그 무언가는 성취되기가 어렵다. 성취를 방해하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스토리란 바로 그 성취욕과 장애물 사이의 경쟁을 그리는 것이다!)
갈등은 신파조의 행동이나 과도한 행동으로부터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 성취하기 어려운 것을 성취하려 하는 인물로부터 창출되는 것이다.
스토리의 전체를 놓고 보거나 각각의 개별적인 장면들을 놓고 보거나 마찬가지다.(저번에 얘기했던 각 씬마다의 갈등도 존재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나 ‘그저 있었던 그대로의 현재상황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 역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몬스터에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처럼 어나니머스에서 반드시 무엇인가 되려고 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것이다.)

3. 장애물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스토리를 구축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라면 세번째로 중요한 요소가 다양한 장애물들이다. 만약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없다면 갈등도 없고 따라서 스토리도 없다. 장애물은 단 하나일 수도 있고, 한가지 이상일 수도 있다. 
가령 약속시간 내에 교회에 도착해야만 하는 신랑의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났다면 그것은 분명한 장애물이 되고, 따라서 갈등을 초래하며, 그로 인해 일련의 새로운 사건들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펑크난 타이어 때문에 위태로워진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만약 미리 설정되어 있는 목표가 없고 그것으로 인해 위태로워진 인물도 없다면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난 것쯤이야 그저 단순한 혼란에 불과한 것이 된다. 목표와 그것을 위태롭게 하는 무엇이 없다면, 제아무리 ‘갈등’처럼 묘사된 사건일지라도, 그 어떤 드라마틱한 임팩트를 줄 수 없는 것이다.!(무지개가 뜨기 전에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갈등처럼 묘사되어 있을 뿐 주인공과 주변의 인물들이 위태롭거나 위기에 처하지 않고 어떤 사건도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그로 인해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으로는 드라마틱한 임팩트를 줄 수 없다.)

4. 전제와 오프닝
논리학에서 전제란 삼단논법의 일부이다. 모든 인간의 혈관에는 피가 흐른다.(대전제), 나는 인간이다.(소전제), 그러므로 나의 혈관에도 피가 흐른다.(결론) 드라마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삼단논법의 구조를 스토리에 적용시켜 보자.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대전제)이 적대자와 장애물(소전제)와 부딛혀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관객의 정서적 반응(결론)을 이끌어낸다.
전제란 간단히 말해서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할 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총체적인 상황을 뜻한다. 반면 오프닝이란 앞으로 스토리의 전체를 들려주려는 시나리오 작가가 그 스토리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어떤 지점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쉽게말하면 전제는 스토리의 시작 전에 문장으로 함축시켜서 쓸 수 있는 것이고, 오프닝은 말 그대로 어디서 부터 시작할 것인지 영화의 시작점)

로미오와 줄리엣 의 전제와 오프닝
전제 : 캐플렛 집안과 몬태그 집안은 오랜 세월 원수로 지내왔다. 몬태그 집안의 아들인 충동적인 성격의 로미오는 캐플렛집안의 딸인 예민한 성격의 줄리엣과 사랑에 빠진다.
오프닝 : 셰익스피어는 양가사이의 원한을 잘 보여주는 거리에서의 싸움장면으로 스토리를 시작한 다음 곧바로 캐플렛 집안에서 열린 무도회를 부여주는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로미오는 이곳에서 처음 줄리엣과 마주치게 된다.

5. 주요긴장과 해결
웬만한 시나리오에는 장면마다 그리고 시퀸스마다 각기 작은 절정과 해결이 무수히 많이 들어 있다. 초보적인 시나리오 작가들은 가끔씩 절정과 해결을 혼돈한다. 그래서 심지어 하나의 영화에는 오직 하나의 ‘클라이맥스’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절정에 이르러 일단 주요긴장이 풀리고 나면 또 다른 새로운 긴장이 창출된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되지?”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긴장이 곧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스토리 전개의 해결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절정이란 그 이전까지 벌어졌던 모든 사건들이 치달아 올라가 이르게 되는 시나리오상의 한 정점이다. 해결은 이제 관객에게 긴장을 풀어도 좋다는 것을 알리는 하나의 포인트이다. 절정과 해결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미리 정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작가에게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일 뿐이다.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과 장애물들을 명확히 해놓는다면 절정과 해결이 어떠해야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명확히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을 절정으로 선택해야 한다.

6. 주제
주제란 ‘다루고 있는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 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자신이 다루고 있는 인물과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종류의 태도도 가지지 않은 채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모든 스토리에는,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주제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시나리오에는 이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해결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자기가 다뤄온 대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드러낸다.
유능한 시나리오작가는 주제를 증명하거나 어떤 철학적 입장 곧 명제를 농증해내기 위하여 스토리를 짜맞추지 않는다. 그렇게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인간의 실존적 측면들이 작가가 논증하려고 하는 명제에 종속됨으로써 시나리오가 온통 진부한 문구나 프로파간다나 죽어버린 캐릭터들로 가득차게 된다.
(이 명확한 문제점이 무지개가 뜨기 전에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생각.)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는 그저 캐릭터와 상황을 창조해낸다. 그리고 자기가 다루고 있는 대상에 대한 어떤 느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절정과 해결을 선택할 뿐이다.
주제란 증명되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다루고 있는 대상 그 자체이며, 스토리가 탐구해내야 할 인간의 실존적 측면인 것이다.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는 캐릭터의 입을 빌려 주제를 발설하지 않는다. 그런식의 대사는 캐릭터들이 마치 연단 위에 서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처럼 들려서 관객을 스토리의 정서적 핵심으로부터 떨어져나가게 할 뿐이다. 

7. 설명
관객이 알고 있어야만 하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일종의 기교가 설명이다. 관객에게 알려야만 할 사실은 스토리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 발생한 과거의 일일 수도 있고, 캐릭터의 어떤 감정 욕망 결점 포부일 수도 있으며, 특정한 환경 혹은 전제가 되는 ‘스토리의 세계’일 수도 있다.
설명과 관련된 가장 커다란 문제는 그것을 알 필요가 있는 사람은 관객뿐이라는 사실이다. 캐릭터들은 그것을 알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설명은 캐릭터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그들의 스토리와 행동을 온전히 공유하려면 관객 역시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설명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것은 내러티브를 위한 기교이지 드라마를 위한 기교는 아니기 때문이다. 설명의 남용은 관객을 지루하게 한다. 
설명은 갈등과 결합된 채 전달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실제로 이 방법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그럴 때 설명적인 정보는 그 자체로서 드라마틱한 흥미를 자아내는 한 장면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설명의 제시는 가능한 한 늦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관객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정보 혹은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찔끔찔끔밖에 주지 않아 그들을 애타게 한다면, 그들은 영화 속의 캐릭터와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8. 캐릭터의 성격묘사
스토리와 캐릭터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때의 연결고리는 바로 그 캐릭터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기초하여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에게 피와 살을 부여한다. 사건의 진행을 결정짓는 것도 그리고 캐릭터와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바로 이캐릭터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록키>에서 록키가 하고자 하는 일은 세계헤비급챔피언과의 대결을 위해 자신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이 목표에 대한 그의 추구가 플롯은 어떻게 짜여져야 하며 록키라는 캐릭터의 성격은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가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 흔히 쓰이는 몇가지 외면적 특성들이 있다. 가령 그의 어휘, 말하는 태도, 옷차림새, 제스처, 육체적 조건, 버릇 등등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성취하려하는가에서 나온다. 캐릭터의 나머지 부차적인 측면들은 모두 이 핵심적 지배적 요소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며, 어느 정도까지는 배우가 그 역할을 어떻게 해석해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도 하다.
초보적인 시나리오작가가 흔히 범하는 오류는 캐릭터의 특징과 캐릭터의 성격묘사를 혼동하는 것이다. 키가 크다거나 작다거나, 뚱뚱하다거나 말랐다거나, 대머리라거나 헝클어진 머리라거나 하는 것들은 그저 한 캐릭터의 특징에 불과하다. 
캐릭터의 성격묘사는 비단 주인공의 스토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중요한 캐릭터들도 나름대로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며, 그들간의 갈등이 드라마를 이룬다.
시나리오 작가는 자기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마치 오랫동안 사귀어온 친밀한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시나리오작가는 스토리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캐릭터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캐릭터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은밀한 욕망까지도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그들을 움직이는 동인을 묘사할 수 있고, 그들을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 수 있으며, 그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고도 일관되게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항상 명심하라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서로 누가 주인공이지 누가 적대자인지 누가 조연인지를 모른다!!!!(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함. 각 캐릭터를 창조하고 인물을 등장시키려면 그에대한 책임을 져야하며 각 인물들이 하고 싶은 일들이 충돌하여 드라마를 만든다. 우리 인생을 들여다봐도 그렇다. 다들 각자 세상에서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며 그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행동한다.
자기가 상대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캐릭터(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묘사 되어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는 시나리오에서건 실제 영화에서건 살아 있는 인물처럼 보일 리 없다. 

9. 아이러니
어떤 남자가 철로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거기에 드라마틱한 것이 전혀 없다.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 길을 걷고 있는 지 상관없이. 그러나 만약 그 남자가 귀머거리라는 사실을 관객은 알고 있고 그 남자의 뒤쪽에서 기차가 달려오고 있다면? 상황은 즉시 드라마로 충만해지고 관객은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질 것이다.
스크린 위의 배우들이 모르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되면 상황은 본질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중 적어도 한 명이상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될 때 그것을 누설이라고 한다. 누설이 형성되면 시나리오작가는 반드시 그에 대응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인식인데 이는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등장인물도 알게 되는 순간을 뜻한다.
누설은 관객에게 우월한 지위를 부여(영화 속 등장인물보다 많이 알고 있다)하여 스토리에 참여하는 느낌을 준다. 누설과 인식이야말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의 핵심에 닿아 있다. 누설과 인식이 없으면 스토리는 드라마틱한 것이라기보다 서술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누설과 인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관객은 그저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는 방관자의 지위로 격하되고 만다.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10. 준비와 여파
준비신이란 관객에게 때로는 등장인물에게 앞으로 펼쳐질 드라마틱한 장면을 준비하도록 만드는 장면이다. 전쟁영화와 스포츠영화는 이런 종류의 장면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관객과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앞으로 다가올 커다란 전투나 게임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파신이란 관객과 등장인물에게 방금 지나간 드라마틱한 장면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이다. 준비신이나 여파신 모두 관객의 정서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기 위하여 음악이나 분위기를 비주얼하고 귀에 들릴 듯한 시적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11. 씨뿌리기와 거둬들이기
무엇인가의 씨를 뿌린다는 것은 시나리오라는 옷감을 잘 짜기 위해 그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둔다는 뜻이다. 그것은 한줄의 대사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의 제스처일 수도 있으며, 버릇, 소품, 의상, 혹은 이런 것들이 결합된 어떤 것일 수도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어 나가면서 이것은 반복되어 나타나고 그 결과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는 대게 스토리의 해결부분에 이르러, 주변환경과 등장인물과 관객이 어느 정도 변화를 겪고 난 다음, 이 씨를 거둬들이게 된다. 이때 그 제스처, 소품, 혹은 그 무엇이건 간에 예전에 뿌려두었던 것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뿌려두었던 것이 거둬들일 때에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는 뜻에서 그것은 시적인 메타포와도 같다.
씨뿌리기와 거둬들이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에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 기법이 잘 사용되었을 경우 관객은 어떤 특별하고 내밀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느끼게 되며, 스토리에 숨겨져 있는 어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려 하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 5에서 제레미 레너가 후반에 CIA 국장에게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극중 주인공인 에단 헌트는 모른다. 관객은 특별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느끼며,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이 씨를 거둬들일 때 제레미 레너가 한 행동은 에단 헌트를 위한 일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에는 후에 팀워크가 형성되어 일을 해결하는데 긍정적인 씬이였음을 알게 된다.)

12. 개연성
라틴어로 Deus ex machina란 기계를 타고 내려온 신이라는 뜻인데,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는 때때로 엔딩에서 크레인 같은 것을 탄 신이 무대 위로 내려오는 경우다. 스토리의 얽히고 설킨 실타래들을 모두 풀어주는 것은 바로 이 신이다.
그러나 현대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이런 신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다.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인간사에 개입한다는 개념을 관객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떄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들은 행동하는 신을 등장시킴으로써 그의 플롯에서 얽혀 있는 매듭을 풀어버릴 수 있었다. 물론 기계를 타고 내려온 신의 현대적 변용도 가능하다. 강력한 인물의 예기치 못했던 도착, 편리하게도 때맞춰 일어나준 심장마비, 갑작스러운 유산상속 등 시나리오작가가 플롯을 해결하기 위하여 스토리의 경계 밖으로부터 끌어들여온 모든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얼핏 보기에는 그다지 있을 법하지 않은 전제나 상황에 기초해 있는 스토리들도 많다. 귀신들, 하늘을 나는 차, 텔레파시, 불멸의 존재나 다른 행성으로부터 온 존재, 이런 리스트는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숱한 스토리들 속에 자주 등장한다.
다른 모든 상황들은 대단히 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있을 법하지 않은 요소가 하나쯤 등장하는 스토리를 쓸 때에는 시나리오작가가 창조해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존재한다. 그 순간에 다다르면 관객은 불신으로 뻗대게 마련이다. 관객이 지금진행되고 있는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 어떤 있을 법하지 않은 부분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 시나리오 작가가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남는 것은 실패뿐이다. 관객은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것들을 엉터리 수작이라고 폄하하게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얼버무리기보다는 차라리 불신의 상태를 직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요한 등장인물ㅡ 대체로 주인공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ㅡ의 입을 빌려 불신을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 인물이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관객 역시 그렇게 된다.

13. 행동과 활동
초보적인 시나리오 작가는 시나리오란 곧 대사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의 시나리오는 행동으로 가득 차 있다. 대사를 쓰는 것이 자신의 일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대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사보다는 행동이 훨씬 더 중요하다.
시나리오란 곧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활동을 묘사해 놓은 것이다. 물론 이에 덧붙여 상황의 묘사와 스토리의 전제가 들어 있다. 유능한 극작가는 무대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생각하고, 유능한 시나리오작가는 스크린 위에서 보여질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한다. 
행동과 활동은 구별되어야 한다.
활동이란 등장인물이 어떤 장면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포괄한다. 가령 뜨개질 일수도 있고, 생선의 살을 발라 내는 것일 수도 있으며 큰소리로 노래가사를 외우는 일일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서 어떤 일이다.
반면 행동이란 어떤 목적을 가진 행동, 구체적으로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를 밀고 나가는 활동을 지칭한다. 때로는 정확히 똑같은 어떤 일이 어떤 상황에서는 행동이 되는 반면 다른 상황에서는 활동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어떤 인물이 양파를 썰고 있다고 하자. 그것은 그저 활동일 뿐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인물의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목적에서 거짓눈물을 흘리기 위하여 양파를 썰고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행동이다. 어떤 목적을 그 뒤에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가사를 외우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떤인물이 그저 단순히 그 노래가 좋아서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다면 그것은 활동이다. 그러나 다른 인물에게 넌지시 경고해 주려고, 혹은 그를 유혹하기 위하여, 혹은 힘든 상황에 맞서야만 하는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고 그 노래가사를 읇조린다면 그것은 행동이 된다.
어떤 목적을 뒤에 숨기고 있을 경우 대사는 그 자체만으로는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띄게 된다. 사실 이런 종류의 장면에서 대사 그 자체는 완전히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어떤 목적을 숨기고 있는 까닭에 그 대사는 요긴하고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가장 효과적인 장면들은 활동 및 행동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대사는 최소한으로 사용되었거나 아예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 장면의 핵심이 되는 의미심장한 행동은 대사가 쓰여지기 이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등장인물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와 그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먼저 캐릭터를 드러내고 스토리를 앞으로 발전시켜나갈 행동을 찾아낸 다음, 그러한 행동을 떠받칠 활동과 대사들을 받들어내는 것이다.
효과적인 행동과 활동은 비주얼한 것이어야 한다. 관객이 보는 것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캐플렛집안과 몬태그집안의 적대감은 결투나 거리에서의 패싸움으로 보여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장면의 대사가 행동이 결정된 다음에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작가는 그러한 순서로 결정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과정은 먼저 행동을 찾아내고 그 다음 활동을 찾는 것이다. 

14. 대사
좋은 대사는 캐릭터, 상황, 갈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캐릭터를 드러내면서 스토리를 앞으로 진전시킨다.
대사가 책임져야할 몫은 막중하다. 대사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1. 대사는 화자의 성격을 드러나게 한다. 더 나아가 그 대사 속에서 거론되는 인물의 성격까지도
2. 대사는 화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관용적인 것이어야 하는 동시에 시나리오의 전체적인 스타일에도 융합될 수 있어야 한다.
3. 대사는 화자의 기분을 반영하고, 정서를 옮겨주며, 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해야 한다.
4. 대사는 때떄로 화자의 모티브를 드러내야 한다. 혹은 그가 자신의 모티브를 숨길고 하는 시도를 드러내야 한다.
5. 대사는 화자와 여타 인물들간의 관계를 반영해야 한다.
6. 대사는 연결적이어야 한다. 즉 선행된 대사 혹은 행동으로부터 나와서 다른 대사 혹은 행동으로 인도되어야 한다.
7. 대사는 행동을 진전시켜야 한다.
8. 대사는 때때로 정보나 설명을 제공하여야 한다.
9. 대사는 때떄로 닥쳐올 사건들을 예고하여야 한다.
10. 대사는 명료하고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대사만으로는 한 편의 영화나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지탱할 수 없다. 그 결과 내레이터를 등장시키거나 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연기가 아무리 훌륭하다해도, 배우를 그저 지껄이게 하는 것보다는, 그에게 행동을 부여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인간의 행동에서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므로 시나리오작가가 관객한테 스토리를 들려줄 때에도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는 안 된다.